본문 바로가기
커피학

그라인더 세팅에 따른 커피 추출변화

by golog 2025. 5. 13.

그라인더 세팅에 따른 커피 추출변화

커피 추출에서 ‘분쇄도(grind size)’는 맛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그라인더 세팅이 달라지면 물과 커피의 접촉 시간이 변하고, 이는 곧 산미, 단맛, 쓴맛, 바디감, 추출 수율 등 전체적인 향미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분쇄도가 너무 곱게 설정되면,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과추출(over-extraction)**이 발생해 쓴맛과 떫은 맛이 강해질 수 있어요. 반대로 분쇄도가 너무 굵으면 물이 빠르게 통과해 **언더익스트랙션(under-extraction)**이 발생하고, 커피는 맹하고 신맛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그라인더 세팅은 추출 도구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는 극도로 미세한 분쇄(에스프레소 수준)가 필요하며, 드립은 중간 정도, 프렌치프레스는 굵은 분쇄가 적합합니다. 또 같은 드립 추출이라도 사용자의 물줄기, 온도, 필터 종류에 따라 분쇄도를 조금씩 조정해 최적의 맛을 끌어내야 하죠. 특히 원두의 로스팅 강도에 따라서도 세팅을 달리해야 합니다. 라이트 로스트 원두는 단단하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다소 가는 분쇄가 필요하고, 다크 로스트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굵은 분쇄도에서도 잘 추출됩니다. 그라인더 종류에 따라 일관성 있는 분쇄도가 가능한지도 고려해야 해요. 날의 종류(버 형태), 모터 파워, 미분 발생량 등은 모두 추출 균일성과 직결됩니다. 정밀한 그라인더일수록 소수점 단위로 세팅을 조정할 수 있으며, **같은 원두를 반복해서 동일한 맛으로 추출할 수 있는 재현성(repeatability)**도 확보됩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곱게/굵게’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분쇄도 조절을 ‘추출 밸런스를 설계하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쇄도가 추출 속도와 맛에 미치는 영향

분쇄도는 추출 속도(추출 시간이 아니라 ‘물이 통과하는 속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분쇄도가 곱다는 것은 입자의 표면적이 넓다는 의미이며, 이는 **더 많은 용해 성분(solubles)**이 추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죠. 곱게 갈면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접촉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풍미 요소가 우러나오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쓴맛 성분까지도 과잉 추출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분쇄도를 곱게 설정했을 땐, 추출 시간과 온도, 도징량 등을 함께 조정해야 전체 밸런스를 잡을 수 있어요. 반대로 굵은 분쇄도는 물이 빠르게 흐르며 접촉 시간이 짧아집니다. 이 경우 추출 수율은 낮아지지만, 신선한 산미나 깔끔한 맛, 클린컵(clean cup)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굵게 갈면 커피의 고유한 특징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묽고 심심한 컵 프로파일로 이어질 수 있죠. 특히 산미가 강한 원두일수록 언더익스트랙션 시 산이 날카롭게 느껴져 거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추출 기구에 따라 더욱 중요해집니다. 에스프레소는 9 bar 이상의 고압에서 단시간(25~30초)에 추출되므로, 분쇄도의 미세한 차이에도 추출 시간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립 추출에서는 사용자의 물줄기 스킬과 드리퍼 구조에 따라 분쇄도를 조절해야 하며, 프렌치프레스처럼 침출식에서는 너무 고운 분쇄를 사용하면 침전물이 많고 텁텁한 컵이 됩니다. 정확한 분쇄도 조절을 위해서는 TDS 측정기와 추출 수율 계산기 등을 활용해, 수치 기반으로 맛을 분석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개인의 주관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이고 일관된 맛 설계를 할 수 있게 되죠. 결국 분쇄도는 단순한 입자 크기가 아니라, 커피의 향미를 설계하고 조절하는 핵심 레버인 셈입니다.

그라인더 종류에 따른 분쇄 일관성과 세팅 폭

분쇄도의 변화는 결국 그라인더 성능에 의해 결정됩니다. 흔히 사용되는 그라인더는 **버 그라인더(burr grinder)**와 **블레이드 그라인더(blade grinder)**로 나뉘며, 홈카페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대부분 버 그라인더입니다. 그 이유는 버 그라인더가 분쇄 일관성이 높고, 입자 크기의 균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일정한 입자 크기를 유지하면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는 흐름이 안정되며, 채널링(channeling) 없이 균일 추출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콘형 버(conical burr)와 평버(flat burr)의 차이도 중요합니다. 콘형 버는 상대적으로 유지 보수가 쉽고 분쇄음이 적으며, 분쇄 속도가 빠릅니다. 반면 평버는 입자 크기 균일성이 더 뛰어나며, 미세 조정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각 그라인더의 특성에 따라 분쇄도 조절 폭과 민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추출 목적에 따라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블레이드 그라인더는 날이 회전하면서 원두를 파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입자 크기가 들쭉날쭉하게 됩니다. 이는 언더익스트랙션과 오버익스트랙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불균형한 추출을 유도할 수 있고, 일정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어요. 특히 드립커피나 에스프레소처럼 정밀한 추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고급 그라인더는 분쇄도 미세 조정 단계가 많고, 마이크로 클릭 단위 조절이 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추출 중 커피의 맛을 세밀하게 조정하고자 할 때 큰 장점이 되며, 소규모 로스터리나 스페셜티 매장에서는 반드시 고급 그라인더를 사용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합니다. 홈카페 사용자도 커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분쇄도를 찾기 위해 세팅 변경을 자주 하게 되므로, 분쇄 안정성과 재현성이 좋은 그라인더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율적입니다.

커피학

상황별 그라인더 세팅 가이드 및 요약표

커피는 원두의 상태, 추출 방식, 수질, 물 온도, 장비 특성 등에 따라 세팅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추출 방식별 권장 분쇄도와 향미 특성을 요약한 표입니다.

**추출 방식별 권장 분쇄도 요약표

추출 방식 권장 분쇄도 입자 크기 예시 향미 특성 및 주의점
에스프레소 매우 곱게 밀가루보다 약간 굵게 과미분 주의, 짧은 시간에 강한 압력으로 추출
핸드드립 (V60) 중간~중간 고운 설탕 굵기 정도 물줄기/드리퍼 특성에 따라 세팅 조절
프렌치프레스 굵게 굵은 소금 굵기 정도 침출식, 장시간 추출로 바디감 강조
모카포트 중간~중간 고운 설탕~설탕보다 약간 고운 수준 탬핑 없이 도징, 과열 방지 필수
콜드브루 매우 굵게 바질씨앗 정도 장시간 침출, 향미 손실 방지위해 신선한 원두 사용 추천

이 표를 기준으로, 자신의 브루잉 방식과 커피 취향에 따라 분쇄도를 조정하고, 반복적인 테이스팅을 통해 최적의 세팅값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계절, 수분도, 원두 보관 상태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분쇄도는 유동적으로 재조정돼야 하며, 이러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커피 실력의 핵심입니다.